떵샤의 모던댄스 / 윤상은 Ttunchatdance / Yoon Sangeun
ⓒ 두산아트센터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은 안무가 윤상은이 지난 수년간 진행해온 발레 워크숍 <모든 몸을 위한 발레>를 무대 위로 확장한 작업이다. 엘리트 예술의 정점인 발레는 무용 교육 과정에서 규범이자 기본 원리로 여겨져 왔다. 화려한 테크닉과 환상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대중을 사로잡지만, 그 이면에는 서구 문화에 대한 맹목적인 선망, 혹독한 훈련 체계, 그리고 특정 신체 조건으로 대상화되는 발레리나의 모습이 존재한다. 작품은 ‘과연 그것만이 아름다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오래된 고전의 견고한 벽에 균열을 낸다.
여기, 정형화된 틀을 깨고 자신만의 발레를 시작한 이들이 있다. 2023년 SNS를 통해 모인 7명의 여성 참여자들은 고정된 규칙 대신 가이드가 제시하는 움직임 위에 각자의 고유한 신체성을 더해왔다. 이들에게 동작의 완벽함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온몸으로 발레를 가지고 놀며 웃고 떠드는 사이, 서로의 몸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단단한 커뮤니티로 연결되었다. 이들에게 발레는 더 이상 멀리서 선망하는 환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의 몸을 직시하고 표현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다. 고정된 인형의 외형을 벗어던지고 각자의 숨결로 움직이는 ‘모든 몸을 위한 발레’를 만나는 순간, 발레는 박제된 고전이 아닌 스스로 역동하는 오늘의 춤이 된다.
무용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은 2024년 1월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을 통해 쇼케이스로 선보인 후 발전시킨 작품입니다.
나는 ‘보기 위한’ 발레가 아닌 ‘하기 위한’ 발레를 한다.
나는 몸과 마음을 혹사하며 발레하지 않는다.
나는 무리하지 않고 발레를 하기에 입맛이 좋아 발레를 하면 할수록 살이 붙는다.
나는 발레 턴을 할 때에 사방팔방 이곳저곳 다 보며 빙그르르 돈다. 우리의 턴은 어지럽다.
나는 왕자를 사랑하지만 공주도 사랑한다.
나는 백조가 아니라 *알바트로스다.
(*주로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신천옹과 슴새목의 조류로 비행이 가능한 조류 중에서 날개가 가장 큰 종이다.)
나는 발레를 하는 와중에 딴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발레가 끝나고 인스타에서 찾은 맛집에 갈 생각을 하고 전에 사둔 바이오 주식을 팔 생각을 하고, 페미니즘 집회에 나갈 생각을 한다.
나는 미래의 완성을 위해 순간을 깎아내지 않는다. 바들거리는 다리에 수치심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지금 뿐인 떨림에 집중한다.
나는 같은 각도의 날갯짓을 수천 번 연마하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멈춰있는 코펠리아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들이다.
‘무용’이라는 예술적 경계 안팎에서 발생하는 흥미로운 지점들을 포착하며 창작자이자 기록가, 교육가로서 다각도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안무가 자신이 오랜 시간 훈련해온 발레를 동시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재정의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동시대 발레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우상화된 기존의 고정 관념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연령과 평범한 신체 조건에서 비롯되는 ‘모든 몸을 위한 발레’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메타발레: 즉흥, 구겨진 아티튜드(Meta-Ballet: Improvisation, Crumpled Attitude)>(2025), <어딘가의 발레(A Ballet Somewhere)>(2025), <Ballet for all>(2021), <죽는 장면(Death Scene)>(2020) 등이 있으며, 2016년부터 블로그 ‘떵샤의 모던댄스’를 운영하고 있다.
*쉬운 글은 공연에 대해 알기 쉽게 쓴 글이에요. 모든 관객이 공연을 더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