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네모 플루레 Némo Flouret
<900 며칠, 20세기의 기억(900 Something Days Spent in the XXth Century)>은 탈산업 시대 도시에 남겨진 잔해를 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공간들은 애초에 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그곳은 산업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기반 시설이며, 한때 진보를 상징했으나 이제는 방향을 잃어버린 도시를 잇는 복잡한 교통망의 일부다. '네모 플루레(Némo Flouret)'는 이 폐허 위에 공동체적 상상력을 위한 사유의 장을 펼친다. 퍼포머들은 마치 도심의 남겨진 구조물 위에서 몸으로 협상하듯 신체를 통해 물리적 흔적을 남긴다
작품내용작품 속 움직임들은 표면적으로는 실용적 목적을 좇는 듯하지만, 그 여정은 늘 비틀리고 어긋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보단 그 주변을 맴돌고 헤매며, 결국 일상의 질서를 벗어난 방식으로 공간을 새긴다. 이를테면 한 장소의 양 끝을 도르래로 잇는 과제가 주어져도 움직임은 곧장 나아가지 않는다. 자꾸만 곁길로 새고, 멈추고, 돌아서며 구토하고, 웃고... 결국 그 장소를 온전히 체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네모 플루레'는 유로댄스의 빠른 비트를 타고, 프랑스 작가 '오렐리앵 벨랑제(Aurélien Bellanger)'의 과잉되고 광적인 언어를 신체적으로 재현하려 시도한다. 이 움직임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진보와 쇠퇴, 가속과 노후화 사이를 통과하는 신체의 고백이자 저항이다. 결국 <900 며칠, 20세기의 기억>은 하나의 질문을 향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전히 미래를 꿈꾸는가, 아니면 이미 지나간 시대의 환영 속을 걷고 있는가? 이 공연은 그 질문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잊고 지낸 풍경을 다시 상상해보도록 이끈다.
네모 플루레(Némo Flouret)는 1995년 프랑스 오를레앙(Orléans)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 음악원(Conservatoire National Supérieur de Musique et de Danse de Paris, CNSMDP)과 벨기에 브뤼셀의 P.A.R.T.S.(Performing Arts Research and Training Studios)에서 안무를 전공했다. 그는 주로 전통적인 극장 공간을 벗어나, 도시의 다층적인 공간과 비일상적인 환경을 무대로 한 열린 형식의 공연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19년에는 터널을 배경으로 한 듀엣 작품 <고독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Ce que l’on trouve dans la Solitude)>을 발표했으며, 2021년에는 산업화 이후 변화한 도시 공간을 탐구하는 퍼포먼스 <900 며칠, 20세기의 기억(900 Something Days Spent in the 20th Century)>을 선보였다. 2019년부터는 벨기에 출신의 저명한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와 지속적으로 협업해오고 있다. 2021년에는 스위스 바젤의 '바이엘러 재단(Fondation Beyeler)'이 주관한 ‘다크 레드 프로젝트(Dark Red Project)'의 일환으로 솔로와 듀엣 작품을 공동 창작했으며, 박물관, 자연 공간, 공공장소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적인 안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네모 플루레'는 현대 도시와 공간의 기억, 그리고 신체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는 공연 예술가로서, 독창적인 시각과 신체 언어를 통해 동시대 안무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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