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로빈 올린 Robyn Orlin
<바퀴를 두른 사람들(We Wear Our Wheels with Pride (and slap your streets with color… We said ‘bonjour’ to satan in 1820))>의 모티프는 197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하의 더반(Durban) 거리에서 작은 손수레를 끌며 백인들을 실어나르던 줄루족(Zulu) 남성 인력거꾼들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로빈 올린'은 그들이 착용한 깃털, 진주, 보석, 소뿔 장식 등 의상에 담긴 자긍심과 저항의 몸짓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이들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몸을 띄우며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회상하며, 이들의 움직임이 생존을 위한 노동이 아닌, 비인간화에 맞서는 예술적 행위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이 시기는 줄루 전통에 뿌리를 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인 현대무용 단체 '무빙 인투 댄스 모파통(Moving into Dance Mophatong, 이하 MIDM)'이 창립된 시기와도 맞물린다.
작품내용<바퀴를 두른 사람들>에는 '로빈 올린'이 창작한 이른바 '인력거 춤'이 등장한다. 무용수들은 삶의 기쁨에 대한 갈망 그리고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는 저항 정신을 춤과 노래로 구현한다. 여기에 보컬리스트 '아넬리사 스투르만(Annalyzer)'의 목소리 그리고 작곡가 '요긴 술라펜(Yogin Sullaphen)'이 함께한 음악은 슬램 시, 코이산족의 전통/현대 음악을 넘나들며 작품에 강렬한 정서적 밀도를 더한다. 이번 무대에서 '로빈 올린'은 여덟 명의 젊은 무용수들과 함께 흑인의 역사와 공동의 기원을 향한 예술적 회귀를 시도한다. 그녀는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기억을 예술로 전승하며, 존엄성과 평등을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 <바퀴를 두른 사람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력거 운전사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창의성과 존엄성에 대한 경의다. 그리고 이는 곧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195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로빈 올린(Robyn Orlin)은 조국의 복잡한 현실을 예리하고 거침없이 비추는 작업으로 “영원히 불편한 존재(permanent irritation)”라는 별칭을 얻은 예술가다. 텍스트, 영상, 조형 예술 등 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연극적 안무로 독자적인 예술 언어를 구축해왔으며, 그 작업은 항상 정치적, 사회적 질문을 동반한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버지, 나는 이 작품을 여섯 번이나 봤지만 아직도 왜 그들이 서로를 해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Daddy, I’ve seen this piece six times before and I still don’t know why they’re hurting each other)〉(1999)는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Laurence Olivier Award)'에서 올해의 가장 뛰어난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아름다움은 잠시 머물렀다가 우아하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Beauty remained for just a moment then returned gently to her starting position〉(2012)는 2013년 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상호 문화 교류 시즌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주목받았다. '로빈 올린'은 2004년 INA 및 ARTE와 공동 제작한 자신의 첫 영화 〈히든 뷰티, 더티 히스토리즈(Hidden beauties, dirty histories)〉를 연출했으며, 2018년 4월에는 디종 오페라(Dijon Opera)의 상주 연출가로서 지휘자 '에마뉘엘 아임(Emmanuelle Haïm)'과 함께 '라모(Rameau)'의 오페라 〈피그말리온(Pygmalion)〉을 무대에 올렸다. 그녀는 2009년에 프랑스 국가공로훈장(Chevalier de l’Ordre National du Mérite), 2015년에 예술문화훈장(Chevalier dans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훈하며 국제적으로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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