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욱 Sangwook An
〈12 Sounds〉는 세상에 음악과 소리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하루에 10만 개 이상 발표되는 신규 음원과 아카이빙된 과거의 음원을 합치면 우리는 쉬지 않고 평생 들어도 넘칠 만큼의 음악에 둘러싸여 있다. 들을 소리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피로감과 방향감각의 상실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오늘날 일상화된 기술인 노이즈캔슬링과 알고리즘 추천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간편한 해결책일 수 있다. 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를 삭제하거나 익숙한 소리만 반복해서 듣는 것이 음악의 미래라면 음악은 너무 시시한 일이 되는 게 아닐까?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며 안상욱은 새로운 소리를 내놓기에 앞서 먼저 잘 듣기를 제안한다. 리서치 기간 동안 안상욱은 동시대에 음악가로 활동하며 꾸준히 자기 소리를 세상에 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은 어떤 소리를 들었고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어떤 소리가 본인에게 중요한지를 묻고 들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해당 음악가들에게 ‘본인에게 중요한 소리’를 하나씩 전달받았다.
작품내용12 Sounds는 이렇게 수집한 음원과 인터뷰를 재료로 만들어진 공연이다. 인터뷰는 일종의 필드 레코딩으로 가정되며 음악가들이 전해준 소리는 음악가라는 장소에서 녹음한 사운드스케이프, 혹은 소리객체(Sound Object)를 의미한다. 각각의 소리들은 하나의 스피커에 할당되고 스피커에 부착된 QR코드는 다시 해당 음악가의 인터뷰로 연결된다. 안상욱은 자신이 직접 설계한 컨트롤러를 활용해 12개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변조하며, 4악장으로 구성된 구체음악을 연주한다. 이 과정은 12명의 음악가들이 전해준 동시대의 소리풍경이자, 또 한 명의 음악가로서 안상욱이 낼 수 있는 소리의 외연을 의미한다. 음악가들이 전한 소리들은 각자의 생애와 맥락을 담아내며 관객의 기억, 청각 경험과 공명한다. 〈12 Sounds〉는 ‘듣기’ 행위의 중요성과 가치를 되새기며, 동시대 청각 경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안상욱은 타악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크로스오버 밴드 '고래야'와 '둘라밤'의 멤버이며 '플랑크톤뮤직'의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고래야', '박경소', '신박서클', '떼바람소리' 등 한국 전통음악의 경계를 넓히는 음악가들의 공연과 음반 제작에 참여했으며, 주목할 만한 전통음악가를 조망하는 공연 시리즈 <생기탱천>을 기획하기도 했다. 2023년부터 솔로 아티스트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솔레노이드(solenoid)를 활용한 자동 연주 장치를 제작해 음악가의 욕망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발표했다. 또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아트코리아랩'과 'SPAF'가 공동 주관하는 '사운드&테크놀로지 창작랩'에 선정되어, 두 번째 개인작 <12 Sounds>의 리서치와 제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행한 인터뷰와 음악, 소리에 관한 글을 엮어 「음악가의 소리들」(2024, 이매진)을 출판하기도 했다. '안상욱'의 작업은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음악, 그리고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테크놀로지 요소를 아우르며, 동시대 공연예술 작품을 통해 ‘음악이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질문’을 제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소리의 발견보다 이미 존재하던 소리들을 잘 들을 수 있는 청취의 조건을 만들어 내는 일에 관심이 있다.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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