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매일경제> 연극, 철학을 말하다 _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철학` 주제로 6개국 17작품 선보여 날짜 2016/09/11 조회수 1098
  
"연극도 전 세계적으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병훈 예술감독은 '생존'이란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인터넷 매체들이 엄청나게 발달했다. 이런 시대에 연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깊은 고민이 있다"며 "연극의 원모습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그가 함께 찾은 답은 '철학'이다. 올해 16회를 맞는 국내 최대 규모 연극·무용 축제인 SPAF의 올해 주제는 'Philosophy in Stage', 우리말로 '무대, 철학을 담다'이다. 연극의 생존을 위협하는 영화, 드라마, 더 나아가 웹툰. 이들과 재미, 대중성, 볼거리를 겨루는 대신 연극만의 좁은 고지, '사유하는 힘'을 회복하겠다는 선언이다.

올해는 총 31일간 6개국의 17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 중 해외 초청작은 연극 3개와 무용 2개로 총 5개다.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현대인의 욕망과 고민을 독창적으로 탐구한 해외 초청 작품들이 선정됐다. 개막작은 한국을 처음 찾는 폴란드의 국민연출가 크리스티안 루파의 '우드커터'(9월 30일~10월 1일)다. 공연시간이 자그만치 4시간30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작품은 예술가들의 사교모임 만찬 자리가 한 인물의 죽음으로 초상집으로 돌변하면서 시작된다. 만찬에 참여한 이들은 애도는 뒤로한 채 죽음으로 인해 불거진 무의식 속 공포와 원한 그리고 자유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이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허와 실을 꼬집고 시대적 오류에 당면한 우리 시대 예술가들의 고민과 역할에 대해 질문한다. 루파의 독창적인 영상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폐막작은 슬로베니아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의 연극 '파우스트'(10월 29~30일)다. 파우스트 박사는 지식과 현세의 욕망을 위해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중세시대 전설 속 인물이다. 작품은 괴테의 원작에 바탕을 두되 등장인물들을 소외받는 현대인과 겹쳐놓는다.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허망감을 '물'을 이용하는 특유의 무대언어로 구현한다. 무엇보다 이번 내한은 지난해 4월 판두르가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일주일 전 선택한 마지막 해외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해외 초청작 외에도 엄선된 국내작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SPAF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자람 연출이 이끄는 '판소리 만들기-자'의 음악극 '여보세요'(10월 20~22일)다. 김애란의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을 판소리 양식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2030 여성들이 겪는 두려움을 말하는 작품이다.

극단 몸꼴의 연극 '멀리 있는 무덤'(10월 21~23일) 역시 초연된다. 시인 김영태가 김수영 시인의 제일을 기리며 쓴 동명의 시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무기력과 절망을 말한다.

그 외 다수의 무용작품이 함께한다. 벨기에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의 'Speak Low if you Speak Love'가 3년 만에 다시 내한한다. 또 김용걸 댄스 씨어터의 무용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 트러스트 무용단의 무용 '자유에 대하여'가 초연된다.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02)3668-0007